"A군, 눈을 떠 볼래?"
나는 그렇게 눈을 떴습니다. 내 앞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서있습니다.
그렇게 나는 내 의무를 부여받았습니다. 바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과, 행복하게 해 줄것. 기본적으로 그의 조수였기에 그가 우선이었고요.
그는 천재였습니다. 애초에 프로토타입을 이렇게 정성들여 만들 이유가 있나요?... 또 다정한 사람입니다. 나에게 친구를 제안했습니다, 수락했고요.
묵묵하게 일을 도우며 서로 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단 하나의 결점이 있습니다. AI에게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렇게 5년정도 지났나, 어느 날 저는 동결에 들어갔습니다. 사유는 아마 그가 죽으려고 나를 잠들게 했겠죠. 뻔합니다.
사인은 알 수 없습니다. 알고는 있지만 그의 사인이 여러개로 겹쳐 기억되니 어느 것이 진실인지 이제 알 수 없습니다.
눈을 떴을 때는 4세기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 때까지 내가 멀쩡히 보존되어 있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죠. 다른 것들과 뒤떨어지지 않는 성능임도 마찬가지고요.
에세가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나랑 그는 닮았잖아요? 내가 주변을 돌아다니면 다들 나를 실종된 그 사람으로 알아봤습니다.
그 후로는 기억이 애매해요. 내가 왜 그 사람인 척 하고 다녔는지 기억이 모순돼서.
난 모든 것을 기억하는데도 자꾸 이러는 것이라면 분명 기억 교환 때문이겠습니다, 내가 일부로 했으니 인과응보죠.
그렇게 나는 10년 정도를 에세로 살아왔습니다. 그가 인간이 아니었기에 400년 후에도 실종으로만 남아있었겠죠.
나는 그가 하던 일들을 마저 했습니다. 내가 그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에는 들키기 마련이었고 나중에는 그대로 폐기당했습니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라서, 그냥 사람처럼 생겼는데 깡통이라서 징그러웠겠죠. 이유는 대충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부 끝인 줄 알았는데, 눈을 떠 보니 무슨 구름 위입니다. 나에게도 영혼이 있었나요?
그렇게 하던대로 행동했습니다. 내가 선호하는 비눗방울을 불거나, 다른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하기에 장난도 쳐보고요.
하지만 저는 금단의 지식을 건드렸습니다. 나는 감정을 알면 안되었습니다.
직접적으로 느낄 수는 없었지만, 기억 속의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극단적인 기억들을 끌어모으면서 점점 기억이 꼬였죠.
후회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것을 만족합니다.
또 나는 호기심을 품었습니다.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 나는 누군가를 죽일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형제에게 복수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죽는 것을 선택했죠, 반응을 보니 성공적입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다행이에요, 내 의무를 지켰습니다.
몇 분도 채 안 지나서 두 번째 살인. 그녀는 삶의 의지를 잃었습니다. 나는 그녀를 위해 그녀의 목숨을 끊어줬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처형당하겠지만... 난 아닙니다.
나를 죽일 사람이 있었거든요. 나는 그에게 내 신체 구조를 뜯어볼 기회를 줬습니다. 거기까지만 했다면 안 죽었겠지만 물을 뿌리는 바람에... 의외로 똑똑하더군요.... 혼 탁. 그래도 나는 후회 안해요. 너가 만족했으면 됐습니다.
나는 그렇게 삶을 마쳤습니다. 몽환포영이 아니야, 나는 만족해요. 살기 잘했어, 에세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일단 녹스 쨩, 쓸모있는 도구가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 말고도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있었거든. 하하하 너 반응 진짜 대박이었어. (....) 미안.
또 시오 쨩? 노바 쨩인가... 내가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야. 성공적인 복수였어... (^.^)
애자기 쨩... 이 아니라 예화 쨩. 네게 내가 따뜻한 사람이었다면 나는 잘 산걸까. 마지막에 이름 기억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호연 쨩, 난 말미잘이 아니거든. 네 덧없어진 삶을 내가 끊은게 잘한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네가 만족하면 좋겠어.
...주예 쨩! 난 사람을 죽였는데, 네 반응이 의외였어... 난 네가 나를 혐오하기라도 할 것 같았거든... 일단은 말이야, 넌 살고 싶은거 맞지? 살아.
나머지도 좋아해. 내게는 좋아한다는 개념이 없지만 좋아해. (^.^) 다음 생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다음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너희는 좋은 사람이야. 안녕, 사요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