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W. - 살해
사람을 죽였다.
시체는 둘 곳이 없어서 그저 빤히 보고만 있다가,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아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을 얼마 떼지도 않았는데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서 그녀는 나를 다짜고짜 잡고 말했다.
"부탁이 있어, 연이를 때려줘, 죽여도 좋고."
뭐야 내가 사람 죽인걸 봤나? 라며 생각하던 찰나,
"선택은 네가 하는거야. 연이는 이제 더 이상 살고 싶지도 않으니까. 그러니 너의 손으로 나를 거둬가줘."
... 조금 피를 묻히고 왔으니, 내가 누군가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것 정도는 눈치챘겠지. 그래서 날 보자마자 부탁한게 아닐까 생각했다. 또 나한테는 죄책감도 없고, 불이익을 받든말든 별 생각도 없으니까.
살고 싶지 않다.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은 삶의 의지를 잃었다는 소리이다. 그러고보니 그녀의 오빠가 안 보였지... 쭉, 계속. 돌아올 기미도 보이지가 않는다. 아마 그가 죽었다고 생각해서 이러는 것이다.
내 의무는 그것이다, 사람을 도와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 내가 그녀를 죽임으로서 그녀는 고통스러운 삶을 마치고 행복해질 수 있다, 이미 죽었지만 한 번 더.
그렇게 나는 망설임 없이 코트 안에서 주방용 칼을 꺼냈다.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총으로 고통없이 간다면 더 나았을텐데, 그건 이미 써버려서.
칼을 들고 더 가까이 가서, 그녀의 심장 쪽을 세게 찔렀다.
그녀는 찔린 후 윽 하더니 3초 정도 지나자 바로 숨을 거뒀다. 쓰러진 곳에는 피가 흥건했다. 더 이상 그녀는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이제 돌아가면 나는 모두의 질타를 받겠네.